이용훈 주교의 생태 칼럼 

교회는 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고백하며 따른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자신이 믿음의 평화와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 분이 지셨던 십자가까지 수용하는 일입니다.

교회가 경제와 정치에 대해 말하면 마치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영역을 침해한다고 보아 정경분리(政經分離) 원칙을 주장하는 이들을 보게 됩니다. 교회가 왜 신앙적인 것 이외의 일인 환경 문제에 대해 말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매우 잘못된 시각입니다. 교회는 본연의 영적이며 신앙적인 내용을 가르쳐야하지만 심각한 사회정치적인 불의를 고발해야 하는 책무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 영과 육, 성과 속 등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이제 탈피해야 합니다. 교회와 세상은 함께 공존하고 공생하는 것이지 결코 분리 되거나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교회는 환경 문제에 대해 말하기를 한 번도 멈춘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환경 그 자체가 교회와 세상이 뿌리를 둔 터전이자 복음화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교회가 환경과 관련하여 주장하거나 실천하는 내용은 환경시민단체가 말하는 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교회는 정치와 기업, 특정한 어떤 계층의 이익과 유익에 편승하지 않는 정직성과 순수성을 담고 환경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데올로기적 고집이나 정치 경제적 이권과 동기를 탈피하고 있습니다. 오직 하느님께서 의도하시는 창조질서의 보존, 그리고 그리스도의 평화, 그리스도의 복음 구현에 초점을 맞춰져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는 교황청의 수많은 문헌들, 교황님의 칙서와 담화, 주교단의 교서와 선언, 담화 등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해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환경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유지하는 일은 사회 복음화 분야의 중대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곧 환경에 대해 말하기를 멈추는 것은 교회 선교 사명의 본질적인 부분을 포기하고 망각하는 일입니다.

세상 안에 현존하는 교회는 땅끝까지 복음을 전파해야 하는 중대한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교회의 복음화는 세상에 사는 모든 이를 향해 천지만물을 조성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알리며, 사람이 사는 이유와 목적을 전하고,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 생명의 의미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세상사에 무관심할 수 없으며, 생명사랑, 바른 생태환경의 조성에도 다방면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월간 가톨릭 비타꼰 2020. 03 호 중에서...